몸에 나쁠 것처럼 생긴 음식만 모았습니다.
죄책감은 셀프입니다.

*레몬까지 통째로 구워 짜 넣는 정성이면, 야채구이 주제에 못할 게 없다. 숟가락 대신 젓가락이 멈추지 않는 사이드 디시.

*오븐 한 번 안 켜고 20분 만에 완성되는데, 새콤하게 절인 양파 때문에 자꾸 한 조각 더 손이 갑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메이플시럽과 레몬 향을 입힌 프리케에 블루베리와 아몬드를 올렸을 뿐인데, 아침부터 사치를 부리는 기분이 든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, 당근이 레몬 향과 겨자의 알싸함을 입고 다시 태어났습니다. 곁들임인데 자꾸 손이 갑니다.

*숟가락을 씻어도 다음 한 입이 자꾸 생각나는 부엌표 요거트. 죄책감 대신 발효균만 넣었습니다.

*썰기도 익히기도 없이 마는 게 전부인 여름 손님상용 롤.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면 다음 날 또 만들고 싶어질 겁니다.

*콘칩 하나로 끝날 리 없는 새콤달콤한 여름 살사. 손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입니다.

*겉은 바삭 속은 쫀득한 폴렌타 위에 매콤한 콩조림을 수북이 얹었습니다.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.

*된장 한 스푼이 몰래 감칠맛을 깔아두고, 발사믹이 마지막에 죄를 뒤집어씁니다. 오븐에 굽기만 하면 끝이라 변명할 시간도 없습니다.

*뒤집는 순간 복숭아가 캐러멜처럼 반짝이며 케이크 윗면을 장식합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재료는 포도 한 가지, 설탕은 한 톨도 넣지 않았는데 숟가락 대신 막대를 붙잡고 놓지 못하는 반전.

*부드러운 크림수프인 척하지만, 매콤 옥수수 크런치가 숟가락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진짜 범인입니다.

*고추 속에 현미밥과 콩, 살사를 꾹꾹 눌러 채웠습니다. 죄책감은 못 찾았지만 리필 욕구는 찾았습니다.

*겉보기엔 얌전한 브런치 디저트, 한 입 베어물면 접시가 순식간에 빈다. 죄책감 대신 바닐라 크림만 듬뿍 올렸습니다.

*라이스페이퍼 한 장에 죄 지을 재료는 하나도 안 넣었는데, 소스에 손이 자꾸 갑니다.

*바쁜 아침을 위한 게으름은 죄가 아닙니다. 냉동실에 쟁여두고 전자레인지 3분이면 끝.

*칼도 불도 안 쓰고 필러 하나로 완성되는데, 드레싱 맛이 은근히 중독적입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멜론을 불판에 살짝 태워 냈더니 여름 샐러드가 반칙이 됐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코코아 반죽을 폭신하게 구워 새콤달콤 오렌지 소스를 끼얹었다. 죄책감은 넣지 않고 오렌지 향만 진하게 채웠다.

*산에서 캐온 것 같은 버섯 국물에 소바를 말아 먹으면, 국물까지 다 비워도 죄책감이 낄 틈이 없습니다.

*화채인 척하는 두유 크림수프. 숟가락 한 번에 과일 다섯 종류를 만나는 사치, 이 정도는 부려도 됩니다.

*구운 파인애플 한 조각과 짭짤달콤한 소스면 그릴 파티는 이미 완성 — 죄책감은 팬 위에서 다 태워버렸습니다.

*여름 한정판 죄악: 불맛 옥수수와 잘 익은 복숭아를 라임즙에 흠뻑 담갔습니다. 손이 멈추지 않는 건 칩 때문인지 살사 때문인지, 끝까지 못 밝혔습니다.

*튀기지 않았는데 이 바삭함이라니 — 숟가락 대신 감자 조각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