몸에 나쁠 것처럼 생긴 음식만 모았습니다.
죄책감은 셀프입니다.

*번도 패티도 없이 맛만 훔쳐 온 드레싱. 숟가락이 자꾸 샐러드 그릇으로 돌아갑니다.

*애호박과 방울토마토를 새까맣게 그을려 감칠맛을 끌어올린 다음, 타히니와 화이트미소로 걸쭉하게 우려낸 이탈리안 드레싱에 몽땅 버무렸다. 여름 텃밭을 통째로 옮겨 담은 기분이랄까.

*저녁밥 짓던 손으로 디저트를 만듭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기름 한 방울 없이도 이렇게 중독적일 일인가 — 라임과 칠리파우더가 밀어붙이는 감칠맛에 감자도 칩도 순식간에 동나버립니다.

*기름 한 방울 없이 볶은 양파와 할라피뇨, 강황이 만들어낸 노란빛 현미밥. 라임즙과 타히니가 은근한 산미와 고소함으로 뒷맛을 책임집니다.

*기름 한 방울 없이도 코코넛 향이 진하게 남는 커리. 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 유일한 함정입니다.

*새콤달콤한 소스에 양배추와 파인애플이 사이좋게 볶아지는 동안, 죄책감은 냄비 밖으로 슬쩍 도망쳤습니다.

*마요네즈 한 스푼 없이도 이렇게 진한 맛이 난다니,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냉장고 파먹기인데 이탈리안 레스토랑 맛이 난다면 반칙 아닌가요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짜장 대신 오향 소스에 풍덩 빠진 누들 — 죄책감은 국물에 넣지 않았습니다.

*칠리와 훈제 파프리카를 두른 통곡물 한 팬, 죄책감은 빼고 감칠맛만 담았습니다.

*오일 한 방울 없이 타히니와 된장으로 낸 감칠맛, 거기다 이 비주얼까지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오일 한 방울 없이 이렇게 진한 맛이 난다니 — 죄책감은 냉장고에 두고 오세요.

*통째로 쪄낸 양배추가 이렇게 근사한 한 접시가 될 줄이야 — 진짜 주인공은 뒤에서 조용히 고소하게 끓어오르는 마늘 타히니 소스입니다.

*마요네즈 한 방울 없이 이렇게 고소해도 되나 싶은 감자 샐러드. 된장과 타히니가 몰래 넣은 감칠맛에 숟가락이 멈추지 않습니다.

*설탕 한 톨 없이 대추야자로만 낸 단맛인데, 초콜릿 케이크를 몰래 퍼먹는 기분이 든다. 죄책감은 냉장고에 넣지 않았습니다.

*레몬즙 한 방울로 죄를 사해드립니다 — 두부 리코타가 걸쭉하게 녹아든 15분의 유혹.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입니다.

*검은콩, 흰강낭콩, 강낭콩 삼총사가 코코넛 밀크 속에서 뭉쳤다.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.

*죄악의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 멀쩡한 맛인데, 냄비도 기름도 안 씁니다.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.

*타마리와 메이플시럽으로 만든 소스에 렌틸콩과 병아리콩을 달달 볶아 상추에 쌌다. 죄책감은 안 넣었고, 젓가락질만 멈추지 않는다.

*생바질과 아몬드를 갈아 만든 되직한 소스, 우유도 버터도 없이 냄비 하나로 끝나는 여름 파스타. 크림은 진한데 죄책감만 쏙 뺐습니다.

*피자를 시킬까 말까 고민하던 마음을 그대로 냄비에 쏟아부었습니다.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입니다.

*생크림 대신 캐슈로, 정성 대신 한 냄비로 낸 진한 감칠맛. 죄책감은 냄비 밖에 두고 왔습니다.

*버터도 고기 육수도 없이 이만큼 그레이비를 부르는 맛이 나온다는 게 반칙 같습니다. 명절상 위에서 가장 먼저 동나는 건 이 접시일 겁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