몸에 나쁠 것처럼 생긴 음식만 모았습니다.
죄책감은 셀프입니다.

*달걀도 버터도 없이 이렇게 진하고 촉촉할 일인가 싶습니다. 죄책감은 냉장고에 두고 왔습니다.

*레몬 향 듬뿍, 대추야자로 촉촉하게 구운 쫀득 쿠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버터도 치즈도 없이 이 정도 감칠맛이라니,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아침부터 죄짓기엔 이르다고 하실 텐데, 견과류를 이만큼 올리고 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.

*나초 한 접시를 통째로 오븐에 밀어넣은 비주얼인데, 죄책감은 쏙 뺐습니다.

*오렌지 향이 은은하게 도는 검은콩을 돌돌 말아 노릇하게 구웠습니다. 손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흠.

*버터도 크림도 없이 이렇게 부드러울 일인가 — 마늘과 타히니가 조용히 다 해냈습니다.

*감자를 곱게 갈아 걸쭉하게 만든 다음 케일과 콩을 던져 넣은 게 전부인데, 숟가락이 멈추질 않습니다.

*양배추와 병아리콩을 볶다 흑미밥과 섞었을 뿐인데 젓가락이 멈추지 않습니다. 죄책감은 이 레시피에 넣지 않았습니다.

*우유도 크림도 없이 걸쭉해지는 수프 — 죄책감 대신 레몬즙과 딜 한 스푼을 넣었습니다.

*달걀 한 개 없이 이 폭신함이 가능하냐고요. 탄산수가 부리는 얕은 수작인데, 아침부터 걸려들 수밖에 없습니다.

*설탕도 오일도 없이 바나나와 대추야자가 다 했습니다. 남는 건 죄책감이 아니라 바삭함뿐.

*붓기만 해도 요리가 사악해지는 만능 소스.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아무도 모릅니다.

*치즈는 한 톨도 안 들어갔는데 이렇게 녹진할 일인가. 바삭한 토르티야를 뜯는 손이 멈추질 않습니다.

*가지와 애호박, 당근이 오븐 안에서 노릇하게 타들어가는 동안 할 일은 파스타 삶는 시간을 지키는 것뿐입니다. 발사믹 한 바퀴가 죄책감 대신 감칠맛을 책임집니다.

*불 한 번 켜지 않고 볼 하나로 끝나는 샐러드. 죄책감 대신 라임즙만 짜 넣었습니다.

*재료 세 개, 시간 5분인데 이 정도로 크리미하면 사기 아닌가 싶습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향신료에 폭 끓인 감자와 콜리플라워에 캐슈크림을 부어 넣었더니, 카레인데도 수프처럼 술술 넘어갑니다.

*아이스크림 기계도, 유제품도 필요 없습니다. 얼린 바나나와 체리를 갈기만 하면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소프트아이스크림 완성.

*블렌더 한 번이면 끝나는 초콜릿 푸딩, 숟가락을 내려놓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.

*샐러드 위에 뿌리는 순간 채소보다 소스에 숟가락이 먼저 가는 마성의 한 그릇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포블라노와 고수를 갈아 지은 초록빛 현미밥. 매콤함에 홀려 어느새 그릇 바닥이 보입니다.

*썰고 섞기만 하면 끝. 죄책감 대신 아삭함만 그릇 가득 담았습니다.

*고구마 매쉬와 캐슈 치즈를 층층이 쌓아 구운 라자냐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