몸에 나쁠 것처럼 생긴 음식만 모았습니다.
죄책감은 셀프입니다.

*새까맣게 태운 파프리카와 토마토를 갈아 낸 새빨간 소스, 냉장고에 넣어두면 아무 음식이나 죄짓게 만듭니다.

*아침부터 죄짓는 기분, 매콤한 감자 스크램블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쌉쌀한 라디키오와 새콤달콤 오렌지 대추 소스의 밀당. 기름 한 방울 없이도 이 정도로 화려할 수 있다는 증거다.

*토마토 속을 파먹는 게 아니라 통째로 채워 넣는 배신. 고수 페스토가 마지막에 한 방 매콤하게 꽂힙니다.

*달큰한 팥과 단호박이 만나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조림이 됩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버터도 우유도 안 들어갔는데 왜 이렇게 부드럽죠 — 마늘 향에 홀려서 그릇 바닥까지 숟가락으로 긁게 되는 매쉬드 포테이토입니다.

*치즈 한 조각 없이 이 정도 고소함이라니, 죄송한 마음까지 듭니다. 손님상에 내면 레시피 물어보는 사람이 꼭 나옵니다.

*생크림 한 방울 없이 이렇게 걸쭉할 일이야? 죄책감은 단호박 씨와 함께 걸러냈습니다.

*겉은 바삭, 속은 촉촉—커리 향에 홀려 손이 자꾸 갑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장작불에 오래 끓인 듯 훈연 향이 밴 걸쭉한 콩 스튜. 고구마가 다 녹아들 때까지 끓이면 숟가락이 멈추지 않습니다.

*마트 우유 코너를 지나칠 이유가 하나 생겼습니다. 갈고 짜는 것, 딱 그만큼의 수고로 완성되는 가장 정직한 우유.

*오늘의 죄악은 수박 바질 셔벗 — 스쿱을 뜰 때마다 여름이 통째로 사라집니다.

*콩 크림, 아삭한 토마토, 발사믹 한 방울 —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설탕 한 톨 없이 대추야자로만 낸 단맛인데, 숟가락 대신 유리컵이 자꾸 손에 잡힙니다.

*엔칠라다 소스와 검은콩으로 죄를 짓고, 아보카도로 용서받는 피자. 오븐에 굽기만 하면 끝입니다.

*메밀엔 고소함을, 단호박엔 가을 냄새를 입혔습니다. 죄책감 대신 오렌지 향만 살짝 얹었습니다.

*재료 네 가지, 끓이는 시간 10분 — 아침에 부려도 되는 유일하게 떳떳한 게으름.

*오늘의 죄악: 렌틸콩 채소 라이스 캐서롤 — 죄책감은 빼고 캐슈넛 크럼블 치즈만 듬뿍 얹었습니다.

*국물까지 싹싹 긁어먹게 되는 이유는, 사프란과 시나몬이 만든 향 때문만은 아닙니다.

*걸쭉한 바질 페스토를 온몸에 두른 파스타에 흰강낭콩을 얹었습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파프리카와 토마토가 만든 새빨간 소스에 애호박과 시금치를 아낌없이 넣었습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고기 없이도 명절 식탁 주인공 자리, 뺏길 일 없습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아침인지 후식인지 애매한 그릇. 일단 숟가락부터 드시고 나중에 정체를 고민하세요.

*감자와 양파, 토마토를 팬에 던져 넣고 오븐에 맡기면 끝. 게으름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걸까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