몸에 나쁠 것처럼 생긴 음식만 모았습니다.
죄책감은 셀프입니다.

*볼 하나, 주걱 하나면 끝나는 마성의 촉촉함. 죄책감 대신 초콜릿칩만 잔뜩 넣었습니다.

*엄지로 꾹 눌러 만든 자리에 새콤한 라즈베리가 숨어있는 버터맛 아몬드 쿠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치즈는 한 조각도 안 들어갔는데 크리미함은 두 배. 라자냐 위에 얹는 순간 손이 멈추지 않습니다.

*치즈 없이도 되냐고요? 두부가 이미 파니르 행세를 다 해냈습니다. 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 유일한 흠.

*쫀득한 브라우니 반죽에 레몬 향을 가득 채우고 새콤달콤한 글레이즈로 마무리했습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버터도 달걀도 없이 이 정도로 겉바속촉이 가능하다고? 토핑 다 발라먹느라 손 바빠지는 게 유일한 흠.

*치즈가 녹아내리는 순간 설거지거리가 프라이팬 하나뿐이라는 사실도 잊게 됩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결대로 찢어 바비큐 소스에 조린 잭프루트, 고기보다 진한 스모키함. 죄책감은 소스에 넣지 않았습니다.

*콩으로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든든하고 고소한 한입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우유는 한 방울도 안 들어갔는데 그릴드 치즈에 넣는 순간 정체를 숨깁니다. 죄책감 대신 캐슈넛만 넣었습니다.

*캐슈크림과 선드라이드 토마토가 만나 리마콩을 뒤덮으면, 빵 없이는 못 버팁니다. 죄책감은 국물에 넣지 않았습니다.

*튀김기 근처도 안 갔는데 죄책감만 쏙 빠진 초콜릿 도넛. 한 입 베어 물면 리필 없이는 못 끝냅니다.

*얇게 저민 두부를 훈연 마리네이드에 푹 담갔다가 바삭하게 구웠습니다. 베이컨이라 쓰고 두부라 읽지만, 식탁에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합니다.

*베이글에 바르려고 만들었는데 결국 숟가락으로 퍼먹게 된다. 유제품 없이도 이렇게 되직하고 부드러울 일이다.

*코코넛밀크로 낸 부드러운 단호박 소스에 뇨끼를 폭 담가 졸였습니다. 죄책감은 이 냄비 안에 없습니다.

*냉장고에 넣기만 하면 끝나는 디저트 바,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손 하나 까딱 안 했는데 냉장고 속에서 밤새 부풀어 오른 반죽입니다. 겉은 바삭, 속은 폭신 —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계핏가루 향에 이끌려 한 장, 메이플시럽에 넘어가 두 장. 죄책감은 시럽처럼 아주 살짝만 뿌렸다.

*진한 초콜릿 브라우니 위에 땅콩버터로 그림을 그렸습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게살은 한 톨도 안 들어갔는데 게살버거가 서운해할 맛. 죄책감 대신 레몬 소스만 듬뿍 얹었습니다.

*레몬 향 가득한 크림소스에 두부가 숨어있다는 건 안 알려드릴게요. 삶는 시간보다 그릇 비우는 시간이 더 짧습니다.

*손이 자꾸 가는 매콤짭짤 바비큐 소스에 콜리플라워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됩니다.

*겉은 바삭, 속은 촉촉한 두부에 새콤달콤 알싸한 소스를 입혔다. 죄책감은 두부 물기와 함께 짜냈다.

*마트 진열대의 그 폭신한 쿠키,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 프로스팅까지 발라야 완성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