몸에 나쁠 것처럼 생긴 음식만 모았습니다.
죄책감은 셀프입니다.

*사과 한 알을 통째로 갈아 넣어 촉촉함이 남다른 머핀. 아침으로 하나 먹었을 뿐인데 하루 종일 생각나는 게 유일한 흠입니다.

*타코든 샐러드든 일단 이것부터 뿌리고 보세요. 크리미한 매콤함 뒤에 숨은 재료가 두부라는 건 아무도 못 알아챕니다.

*안 익은 초록 토마토라고 버리지 마세요. 식초물에 하루만 재우면 냉장고 서랍을 지키는 최애 밑반찬이 됩니다.

*가을 채소를 오븐에 몰아넣고 태우기 직전까지 구웠습니다. 죄책감 대신 씹는 맛만 남았습니다.

*면 삶는 10분 사이에 소스까지 끝나는 반칙 같은 야식. 죄책감은 접시 밖에 두고 오세요.

*명절 케이크에 넣을 죄를 다 끌어모아 바나나빵에 욱여넣었습니다. 식은 다음 날이 더 맛있는 게 함정.

*당근 한 뿌리가 부드러운 케이크로 둔갑하는 순간 — 죄책감은 프로스팅 밑에 잘 숨겨뒀습니다.

*재료 네 개, 손질 오 분. 겉은 유리처럼 바삭하고 속은 구름처럼 폭신한데 —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새콤한 라임즙과 부드러운 크림이 만나 완성되는 노베이크 파이 —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바닥까지 긁어먹게 되는 한 냄비 수프. 죄책감은 렌틸콩처럼 뭉근히 녹아 없어졌습니다.

*달걀도 우유도 없이 이렇게 폭신할 일인가. 프라이팬 앞을 못 떠나는 게 유일한 흠입니다.

*빵 한 조각 담그기 시작하면 그릇 바닥까지 긁게 되는 마성의 크림수프. 죄책감은 냄비에 두고 왔습니다.

*기름 한 방울 없이도 이렇게 감칠맛이 날 일인가 싶은 드레싱. 죄책감 대신 새콤함만 잔뜩 담았습니다.

*쫀득한 코코아 반죽을 슈가파우더에 굴려 구우면 표면이 쩍쩍 갈라지는 균열이 생깁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간장과 흑설탕이 뭉근히 졸아들며 윤기가 자르르. 볶음, 조림, 찍먹까지 다 되는 통에 냉장고에서 오래 못 버팁니다.

*여름 한복판에 들이켜도 죄책감 없는 초록빛 한 잔. 술은 없지만 청량감은 넘칩니다.

*겉은 폭신한 단호박, 속은 그득한 퀴노아와 병아리콩 — 죄책감은 씨와 함께 파냈습니다.

*달걀 하나 없이도 이렇게 촉촉할 일인가. 포크질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흠입니다.

*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인 진한 고구마 수프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고구마파이 한 조각을 통째로 갈아 마시는 기분, 근데 포크 대신 빨대만 있으면 됩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겉은 달큰하게 그을리고 속은 폭신하게 구운 단호박이 존재감을 낸다. 크랜베리와 호박씨는 거들 뿐, 숟가락은 결국 단호박으로 향한다.

*오렌지즙 한 스푼을 넣으면 상큼한 브런치가, 빼면 든든한 저녁이 되는 타코 — 숟가락 대신 또띠아가 멈추지 않습니다.

*된장 국물에 슬쩍 데친 아삭한 완두콩 위로 살얼음처럼 간 고추냉이를 수북이 올렸습니다. 화끈한 첫입 다음엔 무 슬라이스의 아삭함에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입니다.

*빵 반죽 한 톨 없이도 이렇게 든든할 일이야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