몸에 나쁠 것처럼 생긴 음식만 모았습니다.
죄책감은 셀프입니다.

*계란도 버터도 안 들어갔는데 이렇게 촉촉해도 되나 싶은 컵케이크. 죄책감만 쏙 뺐습니다.

*라면의 죄악은 그대로 두고 두부와 채소를 잔뜩 밀어 넣어 면죄부를 발급했습니다. 스프는 세 봉지 중 두 봉지만 — 이게 배신하지 않는 맛의 비결입니다.

*한 입 베어물면 집안 가득 슈가파우더 눈이 내립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연두부 한 덩이가 시판 마리나라를 걸쭉한 크림소스로 바꿔놓습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기름 한 방울 안 넣었는데 이렇게 고소해도 되는 건가. 죄책감만 쏙 빼고 고소함은 그대로 넣었습니다.

*오트밀인데 케이크 흉내를 냅니다. 숟가락을 놓기가 은근히 어렵습니다.

*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 부서지는 소리만 요란할 뿐.

*반죽에 콩이 들어있다는 건 다 드시고 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. 겉바속촉, 초콜릿은 진하게.

*고기 없이도 손이 안 멈추는 훈제 바비큐. 잭프루트가 이렇게 결대로 찢어질 줄은 몰랐습니다.

*마늘과 참기름 향에 홀려서 젓가락을 놓지 못하는 죄. 땅콩은 죄책감 대신 수북이 얹었습니다.

*바삭하게 구운 두부와 아삭한 갓 줄기를 매콤한 고추기름에 휘리릭 비벼낸 초간단 비빔국수. 완성까지 20분, 그릇 비우기까지는 5분이면 충분합니다.

*마늘과 방울토마토만 볶으면 소스는 끝. 냄비 하나로 15분 만에 죄책감 없이 완성됩니다.

*얼린 홍시와 단호박이 만나 죄스럽게 진한 단맛을 낸다. 숟가락 대신 빨대가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.

*레몬에 절인 적양파와 뭉근히 삭힌 두부 페타, 치즈인 척 완벽하게 연기합니다.

*당근 케이크에서 죄책감만 쏙 빼고 촉촉함은 두 배로 넣었습니다. 크림치즈 프로스팅을 올리는 순간부터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입니다.

*겉은 유리처럼 바삭, 속은 구름처럼 폭신 — 죄책감은 튀김 기름 속에서 이미 다 타버렸습니다.

*계란 없이도 이렇게 매끈할 일이니,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.

*한 그릇 다 비우고 나면 죄책감을 찾아 헤매게 되는, 그런데 끝까지 못 찾는 스튜.

*프레스도, 특별한 도구도 없이 손으로만 동그랗게 빚는 또르띠야. 죄책감은 반죽에 넣지 않았습니다.

*새콤한 레몬 향과 톡톡 씹히는 양귀비씨, 한 입이 다음 한 입을 부르는 반전의 조합입니다.

*레몬 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손이 멈추지 않는다. 죄책감은 반죽에 넣지 않았다.

*캐슈와 두부를 갈아 만든 진한 크림에 시나몬과 넛맥을 듬뿍 넣었습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슈가파우더 한 봉지를 통째로 털어 넣는 순간에도 마음은 편하다, 어차피 처음부터 비건 버터였으니까. 시나몬 향 가득한 쿠키버터가 숟가락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.

*죄책감 없이 손이 계속 가는 라이스페이퍼 롤. 생선소스 한 방울 없이도 감칠맛은 다 잡았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