몸에 나쁠 것처럼 생긴 음식만 모았습니다.
죄책감은 셀프입니다.

*감자와 병아리콩가루가 만나 죄책감 없이 두 개째 손이 가는 인도풍 버거. 고수 처트니 한 스푼이 모든 걸 용서한다.

*오븐에서 그을린 토마토와 고추가 만든 걸쭉한 국물에 검은콩과 잭프루트를 몰아넣었다 —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.

*오븐에서 노릇하게 구운 단호박과 버섯을 뭉근하게 끓여낸 한 그릇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오후의 죄책감을 고구마와 파인애플로 위장했습니다. 바삭한 오트 토핑이 숟가락을 자꾸 부르는 게 유일한 흠입니다.

*샬롯을 눌어붙기 직전까지 볶아 감칠맛을 낸 토마토소스에 콩을 통째로 넣은 스파게티. 죄책감은 안 넣었는데 포크가 두 그릇째로 향한다.

*차가운 소바에 파인애플과 아보카도가 와르르 얹혔습니다. 죄책감은 레몬즙에 씻겨 내려갔습니다.

*양파를 새까맣게 탈 각오로 30분을 볶았습니다. 크림처럼 보이는 이 소스, 사실은 캐슈넛과 이스트일 뿐입니다.

*죄책감은 국물에 녹여버렸습니다. 면 삶은 물 한 방울까지 아껴 쓰는 알뜰한 한 그릇, 숟가락보다 젓가락이 먼저 바빠집니다.

*국물 한 숟갈에 죄책감 대신 마늘향이 밀려옵니다. 냄비 바닥까지 긁어먹게 되는 게 유일한 부작용.

*고구마인데 디저트, 디저트인데 아침에도 먹을 핑계가 생깁니다. 초콜릿칩이 씹히기 시작하면 숟가락이 멈추지 않습니다.

*채소를 썩힌다는 게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싶다. 새콤함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, 죄책감 대신 알싸한 뒷맛만 남는다.

*콜리플라워인 걸 알아도 자꾸 손이 갑니다. 겉은 바삭, 속은 촉촉 — 반칙은 청양고추가 저질렀습니다.

*커리가루와 병아리콩가루로 진득하게 끓여낸 국물에 죄책감 대신 고수와 라임만 살짝 얹었습니다.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입니다.

*숟가락 대신 손이 먼저 가는 병아리콩 라이스볼. 한입 베어물면 매콤한 올리브가 폭탄처럼 터진다.

*정향과 카다몬에 흠뻑 절은 밥알 위로 차가운 오이민트를 끼얹는 순간, 죄책감 대신 숟가락 속도만 빨라진다.

*버터도 우유도 없이 이렇게 부드러워도 되는 걸까요. 죄책감은 냉장고 안에 두고 왔습니다.

*오븐에 비트만 맡겨두면 나머지는 손이 별로 안 간다. 죄책감 대신 새콤달콤한 디종 오렌지 드레싱만 듬뿍 넣었다.

*레몬과 오레가노로 무장한 콩 스프레드가 미니 파프리카 속에 숨어 있습니다. 불 한 번 안 켜고 완성되는데,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매쉬드 포테이토에 붓는 순간 예의는 사라집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으깬 고구마에 오렌지 향을 입힌 와플. 죄책감 대신 오렌지 제스트를 넣었습니다.

*토르티야 한 장을 네 칸으로 나눠 아보카도, 검은콩, 현미밥, 시금치를 욱여넣고 삼각형으로 접었습니다. 죄책감 넣을 자리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.

*바삭한 토르티야가 훈제 토마토소스에 폭삭 무너지는 순간, 아침의 다짐도 함께 무너집니다.

*빵을 수프에 풀어 넣는 순간부터 이건 그냥 국물이 아니게 된다. 매운맛은 취향껏, 바삭함은 타협 없이.

*달걀 없이도 완벽한 브런치, 전날 밤 미리 담아뒀다가 손님 오기 직전에 구워내기만 하면 됩니다. 케첩 없이는 못 먹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