몸에 나쁠 것처럼 생긴 음식만 모았습니다.
죄책감은 셀프입니다.

*고소하게 볶은 피칸에 메이플시럽을 입히고 굵은소금으로 마무리했습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, 손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입니다.

*잼 한 스푼이 이렇게까지 그럴듯한 드레싱이 될 줄이야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훈제 파프리카 향이 코끝을 확 잡아채는 얼큰한 콩 수프. 그릇 바닥까지 긁어먹게 되는 게 유일한 흠입니다.

*여권 없이 떠나는 지중해 여행, 목적지는 프라이팬 속입니다. 죄책감은 국경 밖에 놓고 왔습니다.

*대추야자와 카카오로 뭉친 한입 트러플에 초콜릿을 듬뿍 입혔습니다. 숟가락이 아니라 손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.

*바다는 구경도 못한 녀석인데 바삭한 튀김옷 뒤에서 뻔뻔하게 생선 행세를 합니다. 타르타르 소스에 찍어 먹는 순간, 그 뻔뻔함에 설득당하실 거예요.

*딥으로만 먹던 시금치 아티초크를 파스타 그릇에 옮겨 담았습니다. 콘칩 대신 포크가 멈추지 않을 예정입니다.

*오일 없이는 밍밍할 거라는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드레싱. 된장의 뒷심과 디종의 톡 쏘는 산미가 만나, 숟가락 대신 채소가 자꾸 드레싱 볼로 향합니다.

*잘 익은 바나나와 땅콩버터가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, 한 입이면 압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콩 세 가지와 파프리카를 파히타처럼 볶아 끓인 칠리. 죄책감은 볶아내고 매콤한 향만 남았습니다.

*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. 버섯과 양배추뿐인데 이렇게까지 죄스러운 감칠맛이 나도 되는 건가 싶다.

*토마토와 버터빈이 자작하게 어우러져 그리스 바닷가 식당 부럽지 않은 든든함을 냅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하리사 한 스푼이 만드는 감칠맛의 늪, 한번 빠지면 숟가락이 알아서 그릇 바닥을 훑습니다.

*캐슈크림과 선드라이드 토마토가 만나 콩 한 스푼마다 반칙을 건다. 청혼까지는 모르겠고, 재청은 확실하다.

*새콤한 디종 드레싱이 그린빈을 통째로 삼켜버렸습니다. 곁들임이라 부르기엔 이미 존재감이 과합니다.

*크림은 캐슈로 냈고, 죄책감은 냄비 밖에 뒀습니다. 한 그릇 비우면 두 그릇째 손이 갑니다.

*오븐 없이도 바나나 브레드 냄새가 난다면, 그건 그냥 사악한 지름길입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국물 한 방울까지 빵으로 훔쳐먹게 되는 스튜. 죄책감은 재료 목록에 없습니다.

*바삭한 현미과자에 초콜릿을 입히고 땅콩버터와 바나나를 얹어 얼린 간식입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통조림 수프인 척 능청 떠는 실력파 토마토 수프. 파스타 위에 들이붓는 순간 죄책감 대신 국물만 남는다.

*병아리콩을 으깨고 타히니와 레몬즙만 더했을 뿐인데,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.

*콩 수프인데 빵을 통째로 적셔 먹게 만드는 레시피. 숟가락보다 빵이 먼저 갑니다.

*달콤한 서랍에 손이 갈 때 —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 씹을수록 진해지는 대추야자 카라멜 맛에 숟가락 대신 손이 멈추지 않습니다.

*재료는 셋뿐인데 손이 자꾸 갑니다 — 죄책감을 넣을 자리가 없었거든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