몸에 나쁠 것처럼 생긴 음식만 모았습니다.
죄책감은 셀프입니다.

*밀가루 없이 고구마 하나로 뚝딱 완성되는 도우,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해서 토핑 고민할 틈이 없습니다.

*고소한 땅콩소스가 두부와 채소를 하나로 묶어버리는 곡물볼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, 리필 욕구는 못 뺐지만요.

*구운 헤이즐넛과 녹인 초콜릿을 함께 갈아 만든 홈메이드 스프레드. 토스트에 바르는 순간부터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입니다.

*콜리플라워와 캐슈넛만으로 낸 벨벳 같은 질감, 우유는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. 냄비 하나면 끝나는 게 유일한 반전입니다.

*파티 테이블에서 제일 먼저 바닥나던 그 딥을 파스타 그릇에 옮겨왔습니다.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입니다.

*겉은 노릇하게 튀기고 속엔 진한 커스터드 크림을 채운 다음 초콜릿까지 입혔습니다. 죄책감은 여기 넣지 않았습니다.

*고소한 캐슈 드레싱과 바삭한 병아리콩 크루통이 뻣뻣한 케일을 순한 양으로 만들어 버립니다. 포크가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.

*슈가파우더를 눈처럼 뒤집어쓴 시리얼 아래, 초콜릿과 땅콩버터가 진하게 코팅되어 있습니다. 오븐 없이 20분, 숟가락 대신 손이 먼저 갑니다.

*이름값 못하는 샐러드입니다. 정체는 케이크고,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하와이는 못 가도 한 그릇으로 여름은 훔칠 수 있습니다.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게 유일한 부작용.

*레몬 향이 코끝에 닿는 순간 포크가 먼저 움직입니다. 버터크림은 두 겹, 후회는 0겹.

*타코에도 버거에도 숟가락째로도 어울리는 스모키한 매운맛. 죄책감은 캐슈넛 갈리는 소리에 묻어버렸습니다.

*폭신하게 부풀어 오른 결 사이로 메이플시럽이 스며드는 순간, 포크질을 멈출 수 없습니다. 죄책감은 냉장고에 두고 왔습니다.

*바삭한 크러스트 아래 진하게 눌러 담은 호박 필링, 그 위엔 다시 한 겹의 크럼블까지. 죄책감은 넣지 않았습니다.

*양파 여섯 개를 두 시간 가까이 인내심으로 졸였습니다. 죄책감은 넣지 않았고, 치즈는 늘어날 때까지 마음껏 당겼습니다.

*케일을 손으로 주물러 순하게 길들인 다음 아보카도와 블루베리를 얹었더니, 포크가 멈추질 않습니다.

*캐슈로 낸 꾸덕한 치즈 소스에 달콤한 단호박을 몰래 넣었습니다. 포크보다 숟가락이 먼저 나가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.

*달걀도 밀가루도 안 들어갔는데 죄책감만 쏙 빠진 촉촉함은 그대로입니다. 식힌다고 미뤄두다가 결국 뜨거울 때 한 조각 먼저 잘라 먹게 되는 빵.

*겉은 바삭, 속은 촉촉한 두부가 코코넛 커리 속에 풍덩 빠졌습니다. 설거지거리는 프라이팬 하나, 밥 한 그릇 다 비우는 건 순식간입니다.

*고기 없이도 손끝에서 결결이 찢어지는 쾌감. 번 사이로 소스가 흘러내리는 순간, 죄책감 대신 냅킨부터 찾게 됩니다.

*숟가락 한 번 젓고 냉장고에 넣어두면 끝. 아침엔 죄책감 대신 달콤함만 기다리고 있습니다.

*목동은 없어도 든든함은 그대로. 콜리플라워와 호두, 버섯이 빚어낸 고기 같은 감칠맛 위에 매쉬드포테이토 이불을 덮었을 뿐인데, 죄책감 넣을 자리가 없습니다.

*일주일치 점심을 미리 만들어놓고도 매일 갓 만든 것처럼 맛있다면, 그건 순전히 마늘 캐슈크림 때문입니다. 월요일의 나에게 보내는 배신 없는 선물.

*한입 베어물면 초콜릿과 땅콩버터가 동시에 녹아내리는, 냉동실에 숨겨두고 몰래 꺼내먹는 캔디입니다.